키보드 배열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4키 키보드, 이른바 풀배열 키보드는 좀 크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작은 키보드를 찾고 만들게 되었죠. 그리고 저도, 더 작은 키보드를 향한 여정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키보드를 작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중요한 것은, 글쓰기에 지장이 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여야 한다는 점이었죠. 우리는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 풀배열로 배우기 때문에, 풀배열 위주의 타이핑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작은 키보드, 중요 키가 몇 개 없는 키보드를 사용할 경우 글쓰기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익숙해지면 뭐든 괜찮습니다만, 평생 특수한 키보드만 쓸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풀배열의 글쓰기 감각을 해치지 않는 작은 키보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텐키리스 배열

 

 

이른바 87키 입니다. 간단하게, 풀배열에서 우측 숫자패드 부분을 날려버린 물건입니다. 숫자패드는 글 쓰는 데는 거의 쓰지 않으므로,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또한 이런 키보드는 상당히 메이저한 물건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중고거래를 하기도 쉽고요. 그러나, 이 키보드도 생각해 보면 너무 큽니다. 글을 쓸 때는, 사실상 F행 부분과 우측의 편집 키 6개(Home, End 등)은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포커배열

 

 

그런 당신을 위한 배열, 바로 포커배열입니다. 60% 배열, 미니배열 등으로도 불리는 이 배열은, 간단하게 말해 풀배열에서 글 쓰는 부분 빼고 싹 날려버린 배열입니다. 장점은, 정말 작다는 겁니다. 휴대하기에도 정말 좋은 크기입니다.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키보드를 산다면, 사실상 자신의 키보드와 함께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이런 키보드를 쓰다 보면 글을 쓸 때 방향키를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또한, ~ 키를 많이 사용한다면,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배열들의 공통점으로, ESC 키와 `~ 키가 합쳐지게 됩니다. 그래서 `를 입력하고 싶다면 Fn + ESC 를, ~를 입력하고 싶다면 Fn + Shift + ESC를 눌러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이 조합도 키보드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어쨌든, ~를 입력하는 느낌이 일반적인 풀배열과 다르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키보드 제조사들도 이게 불편한 배열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방향키나 편집 키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둡니다. 그러한 방법을 잘 살펴보고, 후기 등을 살펴보며 이게 쓸 만한 물건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몇몇 미니배열 키보드의 경우, 정말 못 써먹을 정도로 괴랄한 조작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키 맵핑을 소프트웨어로 지원하는 물건을 사는 것도 좋습니다.

 

제가 사용한 것은 Anne Pro 2 라는 키보드인데, 해외직구했습니다. Caps 키를 Fn처럼 쓸 수 있는 매직Fn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WASD를 방향키처럼 쓰기 편합니다.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키맵핑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찾아보면 스위치의 다양성도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은 방향키를 찾아 떠나게 되었습니다.

 

방향키 있는 작은 키보드를 찾아서

 

 

그리고 여기서부터, 선택지가 정말 복잡해지게 됩니다. 미니배열은 상당한 제약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미니배열보다는 크지만, 그렇다고 텐키리스 수준까지는 아닌 무언가를 원했습니다. 여기서 방향이 두 가지로 갈리게 됩니다.

 

우선, 일반적인 풀배열의 키 크기를 약간 바꾸더라도, 키를 더 집어넣는 방식입니다.

 

이 제품은 키크론 K6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우측 Shift 와 Alt, Fn, Ctrl 키 등의 크기를 줄여서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방향키를 끼워넣었습니다. 이 키보드가 아니더라도, 이런 키보드들이 꽤 있습니다. 

 

이 제품은 akko 3068 입니다. ~키를 차라리 ESC랑 바꿔 줬으면...

이런 키보드도 쓴 적이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우측 Shift가 줄어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풀배열인데 키 사이 남는 공간을 없애서 크기를 줄인 물건들도 있습니다. 키보드의 세계는 매우 다양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물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측 Shift 입니다. 우리는 글을 쓸 때 필연적으로, 우측 Shift를 사용하게 됩니다. 특히 쌍자음 때문에요. 이 때, 줄어든 우측 Shift는 상당한 짜증을 불러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측 Shift를 줄이지 않은 물건들도 존재합니다. 

 

몬스타 MK16BT
레오폴드 FC660M PD ( 이건 우측 Shift가 아주 약간 작습니다)
VARMILO MIYA PRO 68키

 

이 키보드들은, 우측 Shift를 줄이지 않고 대신 우측 메뉴키를 없애고 남는 공간을 이용해서 방향키를 안쪽으로 집어넣은 형태입니다. 그리고 위쪽에 편집 키 몇 개를 배치하고요. 이 키보드들의 장점은, 우측 Shift 크기가 풀배열과 똑같기 때문에 글쓰기 측면에서는 거의 달라지는 느낌이 없다는 겁니다. 특히, 방향키도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좋고요.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 키보드들에 ~ 문제가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표준 규격 같은 게 없어서, 다들 제멋대로입니다. ` 키를 Fn + ESC 로 입력하는 것 까지는 대부분 비슷한데, ~가 문제입니다. 어떤 키보드는 Fn + Shift + ESC를 눌러야 ~ 가 입력되고, 어떤 건 그냥 Shift + ESC를 누르기만 해도 됩니다. 이걸 선택 가능한 키보드도 있습니다. 아예 기본키를 `로 바꾸고, Fn + ESC를 눌러야 ESC가 입력되는 키보드도 있고요. 그리고 이걸 제대로 안 써 두는 키보드 제조사들도 있습니다. Shift + ESC로 ~를 입력할 수 있는 키보드의 장점은, 타이핑 습관을 바꾸지 않고 ~를 입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Shift + ESC가 포함된 단축키를 쓰기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Ctrl + Shift + ESC는 윈도우 작업관리자를 불러내는 단축키인데, Shift + ESC로 ~를 입력할 수 있는 경우 이 단축키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이 문제에 민감하시다면... 리뷰를 확인하시거나, 설명서를 읽는 등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설명서에도 대충 써 두는 제조사도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지만요.

 

현재는 이러한 우측 Shift 크기가 줄어들지 않은 미니배열을 사용 중인데... 차라리 아예 Anne Pro 2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 이러는 게 키보드 사용자 평균이겠죠.

 

이외에도 수많은 키보드 배열들이 있습니다. 저는 미니배열에서 변경된 종류들을 많이 말씀드렸지만, 텐키리스에서 변경된 것들도 많습니다. 또한, 키보드는 단순히 배열만 보고 사는 게 아니라 스위치 종류나 유선, 무선 여부, 케이블 탈착식인지 아닌지 등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정보가 키보드 구매에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