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여러 키보드를 쓰고, 배열을 고민하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바로 이 키보드, 이그닉 리트 68A 였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상 글은 가장 나중에 쓰게 되었네요. 이 키보드의 정확한 이름은 그냥 R-IT 기계식 키보드 68A 입니다. 하지만 R-IT 자체가 이그닉에서 새로 만든 브랜드라서, 이그닉 이름도 혼용되는 것 같네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월간 R-IT라고 해서 원래 39900원짜리 키보드를 29900원에 팔고 있습니다. 근데 이 행사가 계속 연장되는 것 같습니다. 전에 5월 말에 확인했을 때는 5월 말까지였고, 6월 초에 확인했을 때는 6월 7일까지였는데, 지금은 또 6월 14일까지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물량 털어내기 중인 걸까요?

 

여하튼, 이 키보드에는 이야깃거리가 꽤 있습니다. 어쩌면 AJAZZ K680T 리뷰에서 이 글로 넘어오시게 되는 분도 계실 것 같네요. 그 리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68A는 사실 K680T의 아종 같은 물건입니다. 거의 동일한 물건이고, 빠진 기능이 있는 정도죠. 

 

우선, 다른 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R-IT 68A는 유선 키보드입니다. AJAZZ K680T는 유선, 무선 둘 다 가능하죠. 그리고 AJAZZ K680T는 키맵핑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그 외에도 계산기 단축키 등 각종 잡다한 편의기능이 있습니다. 68A에는 없는 기능들이죠.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68A는 ~ 를 ESC + Shift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 는 ESC + Fn로 입력하고요. 이는 원본과는 다른 점이죠. 이 변경점이 도대체 왜 생겼는지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점입니다. 이그닉의 키보드 개발하시는 분이 저처럼, ~ 키를 자주 사용하시는 분이었을까요? 

 

그리고 그게 끝입니다. 그 외에 한글 각인이나 AS 같은 것을 뺀다면, 68A는 K680T와 거의 똑같습니다. 

 

 AJAZZ K680T 사진
R-IT 68A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68A의 키캡은 그냥 K680T의 키캡에 한글 각인을 넣고 블루투스 등 없는 기능 관련 각인을 뺀 것입니다. 영문 각인은 뒤의 백라이트가 통과되지만, 한글 각인은 그냥 위에 추가한 거라 그런 기능이 없죠. 그 외에도, 방향키 위의 표시등 2개도 완전히 동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본이 되는 K680T의 표시등은 블루투스 연결과 배터리 충전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68A는 그런 기능이 없기 때문에, Caps 표시등과 윈도우 키 잠금 표시등으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길게 설명할 것 없이, KC인증 내용을 보면 이 키보드가 AJAZZ 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일종의 ODM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그닉에서 키보드 생산을 의뢰했고, AJAZZ에서 그에 맞는 키보드를 생산한 것입니다. 물론 그 외의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그닉이 특정 배열을 요구한 건지, 키캡 색깔은 왜 원본과 달리 회색 1개뿐인지, 축은 왜 갈축과 청축뿐인지... 

 

다만, 블루투스 기능이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쉽게 추측 가능합니다.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키보드의 경우, 수입하기 위해서는 전파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무선 키보드 마우스 세트 하나를 인증하는 데 약 350만원이 든다고 하네요. 꼭 나무위키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전파인증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은 여러 언론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가 39900원짜리 키보드를 팔기 위해서 감당하기에는 큰 비용이죠. 그래서 아예 블루투스 기능을 뺀 것으로 생각됩니다. 블루투스 기능이 없으면 전파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 키보드에는 ESC 이슈가 있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만 가도, 상품문의에 ESC 관련 질문을 꽤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ESC 문의들, 이 외에도 꽤 많다

이 증상은 저도 겪었는데요, ESC가 눌리지 않거나, ESC가 계속 눌린 것으로 인식되거나 하는 증상이었습니다. 그 경우 해결 방법은 ~ 키를 몇번 입력하는 것이었죠. 도대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우 다시 ESC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문제가 있었다고 표현한 것은 아마도 해결된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키보드를 3월쯤 구매했고, 구매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ESC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교환을 받았는데, 교환품조차 똑같은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R-IT 쪽에 AS를 신청하고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통화에서 직원 분은 해당 증상을 인지하고 있고, 교환한다고 해도 해당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환불을 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키보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환불은 하지 않았고요. 대신 직원분은 이 문제가 해결되면 연락 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그냥 저냥 키보드를 쓰다가, 최근 키보드 배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AS 신청을 하고 통화하니, 전과는 다른 직원분이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 말로는, 이 증상은 수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간단한 수리 작업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사이에 무언가 달라졌나 해서 키보드 수리를 보냈고, 실제로 증상이 해결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추측합니다. 물론, 가장 최근의 ESC 문의가 6월 7일인 것으로 보아, 여전히 문제가 발생하는 물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해결은 가능하니, 앞으로의 물량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물론 이 모든 것은 저의 추측입니다. 어쩌면 제가 아주 특별한 케이스였고, 이 키보드는 계속해서 ESC 문제가 생겨나는 중인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키보드는 정말 마음에 드는 키보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ESC입니다. 도대체 왜 원본과 다르게 변경한건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필요한 변경이었습니다. 그냥 ESC를 누를 수 있고, ~를 입력하는 감각도 일반적인 배열의 키보드와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키캡 색깔이 가장 마음에 안 드는데, 그거야 변경하면 되니 큰 문제는 안 되고요. 

 

가지고 있던 측각 검정 키캡을 끼우기만 해도 꽤 괜찮게 보입니다

 

아마도, 꽤 오래도록 이 키보드를 쓸 것 같네요.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