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전의 COX CK89 리뷰와 약간 이어집니다. 굳이 꼭 보실 필요는 없지만, 이 키보드는 해당 키보드와 여러 점을 공유합니다. 그 외에 잡다한 각종 설명도 있으므로, 89키 키보드를 알아보고 계신다면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흔치 않은, 89배열 키보드 하나인 MANIC EX89 입니다. 마이크로닉스에서 만들었습니다. 출시일을 보면, COX CK89가 2020년 8월, MANIC EX89가 2020년 12월에 출시되었습니다. 키보드를 4개월만에 뚝딱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아니면 뭐, 제품이 나온 걸 보고 후속기를 빠르게 낸 걸까요. 특이한 배열의 키보드가 연달아 나온 게 신기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이 키보드도, 상세 페이지에 설명이 제대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특이한 배열 키보드를 찾을 때마다 겪는 일 중 하나인데, 제조사들은 이상할 정도로 자기네들 제품의 키 사용법 소개를 제대로 안 합니다. 스위치 설명, RGB 라이트 설명 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이너한 배열을 팔 거면 그 배열을 어떻게 사용하는 제품인지 제대로 좀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꼭 제가 궁금한 정보는 없더라고요.

 

여하튼, MANIC EX89는 COX CK89와 동일한 배열, 89키 배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동 방식은, 아주 약간 다릅니다.

 

1. 기본적으로, 우측 키패드는 숫자패드로 작동합니다.

2. 그러나 Fn과 Backspace를 동시에 누르면, Num을 켜고 끌 수 있습니다. 

3. Num이 켜진 상태에서는 키패드가 숫자로 동작하고, 꺼진 상태에서는 방향키와 HOME, END, PgDn 등으로 동작합니다.

4. Num이 켜진 상태에서도, Shift와 각 기능에 해당하는 숫자패드의 키를 누르면 그 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Shift + 숫자패드1 을 누르면 End 로 인식됩니다. )

5. 그러나 반대로, Num이 꺼진 상태라 해도 Shift 와 숫자패드1 을 누른다고 1이 입력되지는 않습니다. 

 

COX CK89 리뷰를 보셨다면, 이게 약간 개선된 점이라는 걸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 외에도, 이 제품은 Num이 켜졌는지 꺼졌는지를 RGB 라이트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것도 개선된 점이죠. COX CK89 보다 더 가볍기도 합니다. 거기다 이 제품은 현재 다나와 최저가 49800원입니다. 지금도 COX CK89보다 1만원 정도 싸고, 출시 가격을 생각하면 거의 3만원 정도 싼 제품이죠.

 

그러나 이것도 구매하시기 전에 생각을 좀 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취향을 많이 타는 키보드일 테니까요. 아래에서 쭉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청축을 구매했습니다.
약간 쌈마이한 느낌

구성품이야 특별할 거 없습니다. 키보드, 키캡풀러, 설명서입니다. COX CK89 리뷰를 보셨다면, 여기엔 완충제가 없다는 걸 알아차리셨을수도 있겠네요. 

 

RGB 라이트로 켜짐 꺼짐을 표현해 준다
RGB 라이트로 켜짐 꺼짐을 표현해 준다

그리고 이 제품은 말씀드린 것처럼, RGB 백라이트가 있습니다. 그걸로 Num이나 Caps의 켜짐 유무를 표현해 주죠. 당연히 있어야 하는 기능인데 COX CK89에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 제품이 마냥 좋은 것 같지만... 그건 아닙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COX CK89가 가지고 있던 숫자패드 부분의 키캡 높이 문제는 동일합니다. Shift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나은 점이지만, 결국 배열의 특이함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게 그거고, 저는 키캡 높이 때문에 적응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MANIC 스위치, 즉 직접 개발한 스위치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키캡 색깔이 하얀색밖에 없습니다. 또한, 키캡의 디자인이... 좋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그 외에는 마감에 문제가 있다는 리뷰도 있었고요. 전체적으로, 더 싼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게 느껴지는 제품입니다.

 

물론 89키를 더 기능적으로 좋게 만든 게 어느 쪽이냐고 하면 단연 MANIC EX89입니다. Num 켜짐 상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 Shift를 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측면에서, 저한테는 굳이 쓸 필요가 없는 키보드이기도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누군가한테 뭘 받아서 쓴 게 아닌, 순전히 제가 궁금해서 사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