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저는 한글화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글화 중에는, 와! 이거 전부 다 글로 남겨야지! 했지만, 정작 블로그 글을 쓰는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제대로 쓰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처음 제가 만든 검수용 버전은 나눔폰트를 사용했고, 나중에 배민 도현체로 변경하면서 블로그 글을 작성했는데요, 그 과정에 문제가 정말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textmesh pro가 작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뭐지?? 하며 찾아보니, 제가 비주얼 스튜디오를 최근에 완전히 삭제하면서 그 과정에서 뭔가 필요한 무언가가 삭제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설치하고, 다시 또 파일 만들고... 그러고 나니 또 이번에는 한글화가 제대로 안 됐습니다. 원인도 모르고 해결방법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됐습니다. 나중에 다 해결하고 난 다음에, 다시 한 번 제가 블로그에 적은 대로 한글패치를 만들어 봤는데, 그때는 또 됐습니다. 저도 이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미 완료됐으니,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했지만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저는 한글화나 유니티의 전문가가 아니고, 전부 인터넷에서 찾은 지식들과 다른 고수분들의 도움으로 이루어 낸 결과물입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글 이상의 무언가를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기술적인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번역 그 자체에 대해서도 몇 자 남기려 합니다. 이번에 번역을 하면서, 번역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 스스로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도, 그걸 한글로 표현하는 건 다른 문제였습니다. 또한 영어 약어를 사용한다거나 하는 측면이 있어서, 이걸 어떻게 번역하는 게 좋을까? 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제가 번역한 게임은 약 15분~20분이면 플레이가 끝나는 매우 짧은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모든 대사를 보면 이 대사가 어디에서 나오는 대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15분짜리 게임이 아니라 15시간, 150시간 짜리 게임이면 어땠을까요? 번역 과정이 정말,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거기다가 저는 15분짜리 게임인데도, 몇몇 대사는 어디서 나오는지 알지 못해서 게임을 몇 번이고 다시 플레이해야 했습니다. 말을 매끄럽게 번역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한국어는 존댓말이 있으니, 이 캐릭터에게 존댓말을 하게 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했고, 그 다음엔 ~해요 체를 쓸지, 했습니다 체를 쓸지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아마 어느 정도는 혼용했겠지만, 이번 번역에서는 최대한 ~해요 말투로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외에도 이게 도대체 뭐지??? 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High Concept Miscellaneous Interactions' 가 있습니다. 이건 게임 중에 나오는 한 부서의 이름인데요... 도저히 번역할 수가 없어서, 그냥 '기타 상호작용 부서' 라고 번역했습니다. 우선, Miscellaneous Interactions 자체는 '기타 상호작용' 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High Concept Miscellaneous Interactions 라고 전부 부르는 건 한 번 밖에 없고, 그 외에는 그냥 Miscellaneous Interactions 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과감히 그냥 '기타 상호작용' 이라고 번역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High Concept 를 도대체 뭐라고 번역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게임에 등장하는 각종 간판이나 패널도 한글화하면 어떨까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뜯어서 포토샵으로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정작 너무 바빠서 못 했습니다. 거기다가, 이 게임은 2회차 플레이를 하면 들을 수 있는 카세트 테이프들이 있는데요, 그건 자막이 아예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 외에도 정말 말하지 못한, 수많은 문제들과 어려움이 있었고, 그 문제들은 전부 인터넷이 해결해 주었습니다. 이거 한글화가 불가능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때 발견한 일본어 패치. 정말 절망적일 때 카페에서 알게 된 정보들, 답변들. 이제는 정말 끝이다, 라고 생각했을 때 중국어 사이트에서 발견한 textmesh pro 구버전...

 

돌이켜 보면, 저는 정말로 운이 엄청나게 좋았습니다. 제가 한 거라고는 그냥 인터넷 검색과, 어줍잖은 영어 실력을 통한 번역 뿐이었습니다. 이 글을 빌어, 한글 패치를 만들 수 있게 도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글화는 정말 갑자기 시작한 일이었고, 지금도 이걸 왜 한 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한글화 하면서 저는 정말 즐거웠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특히, 한글화의 각 과정에 성공했을 때 느낀 성취감들은, 최근에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라 정말 귀중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세상에 한 발자국이라도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전체적으로, 가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