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은 키보드 배열을 선호합니다. 처음엔 일반적인 텐키리스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작은 배열을 원하게 됐죠. 그런데 문제는, 배열이 작아지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현재는 68배열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상단의 F열, `~ 키와 우측의 키패드, 그리고 우측의 편집 키들(Home, End 등) 을 쓰기가 불편해지게 됩니다.
물론 그러한 점은 알고 샀기 때문에 지금 키보드는 잘 쓰고 있습니다만, 이런 걸 극복한 키보드는 없을까? 해서 검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89키 배열을 알게 되었죠.
대충 말하자면, 텐키리스 키보드에서 우측의 편집 키들과 PrtSc, ScrLK, Pause 키를 없애고 거기에 숫자패드를 박은 배열입니다. 그리고 없애버린 키들은 Fn 키와의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각종 배열에 대한 정보와 제 키보드 시행착오 등을 보시려면 이 글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여하튼, 꽤나 괜찮은 배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알아보던 와중에 COX CK89을 보게 되었습니다. 콕스에서 만들었고, 게이트론 축을 사용했고 등등... 다 좋은데, 정작 제가 제일 궁금한 우측 키패드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습니다. 리뷰들을 찾아봐도 체험기 정도밖에 없는 것 같고...
제가 궁금한 건, 우측 키패드가 항시 숫자키로만 동작하는지? 무조건 Fn키와 조합해야만 HOME, END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건지? Backspace 키가 Num 키를 겸한다고 나와 있는데, 정확히 어떻게 동작하는 방식인지? 등이었습니다. 대충 찾아봐도 만족할 정도의 관련 정보가 없었고, 그래서 그냥 사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가장 궁금했던 점에 대해 적어둡니다. 이 키보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1. 기본적으로, 우측 키패드는 숫자패드로 작동합니다.
2. 그러나 Fn과 Backspace를 동시에 누르면, Num을 켜고 끌 수 있습니다.
3. Num이 켜진 상태에서는 키패드가 숫자로 동작하고, 꺼진 상태에서는 방향키와 HOME, END, PgDn 등으로 동작합니다.
4. Num이 켜진 상태에서도, Fn과 각 기능에 해당하는 숫자패드의 키를 누르면 그 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Fn + 숫자패드1 을 누르면 End 로 인식됩니다. )
5. 그러나 반대로, Num이 꺼진 상태여도 Fn과 숫자패드1 을 누른다고 1이 입력되지는 않습니다.
궁금증은 해결됐지만, 추천드리지는 않는 키보드입니다. 이유는 후술할 리뷰에 자세히 적도록 하겠습니다.
포장에 엄청나게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다만, 대충 포장하는 다른 키보드들에 비교하면 좀 더 신경을 쓰긴 했습니다. 구성품은 키보드 본체와 키캡 풀러, 그리고 설명서입니다. 여기까지는 상품 상세 페이지에도 다 적혀 있네요.
그런데 키보드 커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꽤나 튼튼한 게, 질이 좋습니다. 그리고 키보드의 USB 연결 부분에도 플라스틱 커버가 같이 있습니다. 이 제품은 출시 당시 약 8만원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고급 제품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어쨌든 끼워주면 정말 좋은 물건이죠. 지금은 다나와 최저가 59900원 입니다.
그 외의 상세 정보는 위 링크의 다나와 상품설명 상세페이지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스위치는 게이트론 스위치를 쓰고, 황축과 갈축이 있습니다. 저는 갈축을 구매했습니다. 키감이나 소리 등의 경우는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굳이 쓰지는 않겠습니다.
추천드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만 몇 가지 적겠습니다.
1. 키보드가 무겁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키보드가 무겁습니다. 제품 스펙상의 무게는 1035g인데, 이 정도면 거의 풀배열 키보드와 맞먹는 무게입니다. 당장 똑같은 89키 키보드인 마이크로닉스 MANIC EX89 가 866g입니다. 가벼운 텐키리스 키보드의 경우에는 600g 대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꽤나 묵직한 키보드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텐키리스와는 다르게, 이건 숫자패드가 포함되었긴 하지만 무거운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저는 키보드를 자주 옮기는 편이라, 무거운 게 단점이 됩니다. 물론 무게에 신경쓰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오히려 무거운 키보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되긴 하겠네요.
2. 표시등이나 RGB 백라이트가 없습니다
저는 키보드에 RGB가 들어가는 걸 싫어해서, 없으면 오히려 좋아합니다. 다만, 그 경우 꼭 필요한 것은 표시등입니다. CapsLock 키 등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필요가 있는 키들을 위한 표시등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표시등이 없으면, RGB 기능을 이용해서 해당 키에 불이 들어와 있으면 켜짐, 안 들어와 있으면 꺼짐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키보드는, 꽤나 특이한 작동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Num키가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를 아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걸 알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Num 표시등이나 RGB로 표시해주는 다른 키보드가 연결되어 있으면 Num이 켜졌는지 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큰 의미는 없지만요. Num 표시등을 달아 주는게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 Num 표시등이 별로 필요없는 키보드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대신인지 뭔지 이 키보드에는 사이드 RGB 이펙트가 달려 있습니다.
3. Fn + 숫자패드의 불편함
Fn과 숫자키의 조합으로 각종 편집키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건 좋습니다. 하지만, Fn 키는 너무 아래에 있고, 숫자패드는 꽤 위쪽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 키를 같이 누르려는 게, 꽤나 힘듭니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고, 익숙해지면 되겠지만, 그냥 Shift를 쓰면 안 됐을까요? 자꾸 비교하는 것 같지만, 마이크로닉스 MANIC EX89는 그게 됩니다.
4. 숫자패드 열의 높이
이건 사실 여러 가지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단 적어 둡니다.
키보드에 관심이 없거나,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모르는 사실이지만 키보드의 각 행은 높이가 다릅니다. 정확히는, 키캡의 높이가 다릅니다.
그리고 이 키보드도 스텝스컬쳐 2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각 행의 키캡 높이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 높이가, 숫자패드에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그냥 풀배열의 키캡을 가져다가 끼웠습니다.
89키 배열을 보시면, 숫자패드의 789는 위치상으로는 R1 행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키캡 높이가 R1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 풀배열 키보드에서의 키캡 높이와 같습니다.
실제 키보드 키캡을 보면, F12와 숫자패드의 7은 같은 행에 있지만 키캡 높이가 다릅니다. 숫자패드의 7은 풀배열 키보드에서 자신의 위치, 즉 R2의 높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R2행인 ]} 키와 높이가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전용 키캡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거기다가, 사용자 입장에서도 키보드 키캡을 바꾸려면 높이가 맞는 키캡을 구해야 하므로, 난이도가 급상승할 테고요. 하지만, 어쨌든 키캡 높이가 다른 것 때문에, 사용할 때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특히, 손을 아예 옮기지 않고 Fn과 조합하여 키를 누르려고 할 때 그게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저하고는 그다지 맞지 않는 키보드였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되는 MANIC EX89 에 대한 글도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 다만, 그 모델도 그다지 추천드리지는 않네요.
89키 배열에 관심이 있어 검색을 좀 하다가, 관련 정보가 없어서 결국 블로그 글까지 쓰게 되었네요. 누가 뭘 줘서 쓴 글이 아니라, 순전히 제 궁금증 때문에 쓰게 된 글입니다. 정보 찾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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