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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는 1화의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가족 중 수영을 해 본 사람은 할머니가 유일했다.

 

다 읽고 나서 깨달았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로 소설 전체를 잘 나타내는 제목이었습니다. 비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기에, 물 자체가 너무나도 귀해진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

 

그리고 1화부터 소설은 제목과 내용으로 그 세상을 꽤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만, 작가분께서 스스로 3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반 부분에는 세계관 설명이 길게 이어집니다. 주인공이 처한 세상에 대해 전달할 내용이 꽤 많긴 합니다. 그렇기에, 효율적으로 빠르게 독자에게 설명하려면 사건이나 대화보다는, 줄글로 세상을 묘사하는 것이 편리하긴 하죠.

 

하지만 그렇기에, 독자는 세상과 괴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조금 받게 됩니다. 세계관이 흥미롭긴 하지만, 주인공에게 정말로 빠져들지는 못하는 것이죠. 주인공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며 주인공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냥 세계관 그 자체를 궁금해하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초반 부분에 설명이 너무 길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소설 자체가, 시종일관 주인공보다 세계 그 자체를 전달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긴 합니다.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고, 독자도 그것을 다 궁금해 하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설정의 나열이 아닌 소설이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과 그에 대한 공감과 궁금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란 어쩌면 작가의 심상이라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잘 포장한 다음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정말 많은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포장했지만, 그것을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초반부의 설명이 다 끝난 뒤에도, 주인공에게 벌어질 일이 전개되거나, 그걸 더 궁금해 하는 것보다 새로운 정보가 쏟아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무언가 주인공이 하는 일, 겪는 일로 인해서 주인공이 느끼는 것이나 하는 생각보다도, 단순히 그 사건이 처리되고 있다는 느낌도요. 주인공이 '다이아'를 깨트리는 것은 엄청난 대사건이지만 너무나도 쉽게 처리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서요.

 

즉, 모든 것이 단순히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도구적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소설에서 작가는 얼마든지, 모든 것을 이야기 전개를 위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가 그것을 느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세계관이 꽤 흥미로웠고 일어나는 사건의 전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전개에 충실한 이야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하지만 무언가, 더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몇 자 적게 되었습니다.